정치 이야기, 해야 할까
정치 얘기, 종교 얘기, 자식 자랑은 피하라고 한다.
아내가 친구들을 만나 못난 자식, 문제 남편 하소연을 듣고 온 날은 집안이 평화로웠지만 자식 자랑, 남편 자랑을 듣고 날은 집안 분위기가 살벌했다.
지금은 기독교 문화가 주류가 되었을 만큼 시대가 달라졌지만 내가 어릴 땐 종교 문제로 갈등을 겪는 집이 많았다. 집성촌이었던 우리 마을에 집안 형님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게 장가를 들었다. 종교 얘기를 하면 갈등은 점점 깊어졌고 그 형수는 제사 등의 문제로 집안 어른들의 구설수에 오르다가 결국 집안과 인연을 끊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종교 얘기나 자식 자랑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문제는 정치 얘기다.
정치 이야기는 해야 한다는 이도 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정치꾼들이 전횡을 할 수 있으니 우리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언제부터인가 진보, 보수 또는 좌파, 우파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스스로 ‘나는 보수, 너는 진보, 너는 중도, 너는 중도 우파, 중도 좌파’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여기서 진보(좌파)와 보수(우파)란 무엇인가 하는 개념 정리가 필요할 거 같다.
어떤 이는 인간의 본성인 ‘생존’과 ‘번식’에 기반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보수, 그 삶을 벗어난 그 이상의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진보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그 속에는 진보학자의 도덕적 우위를 함의하고 있는 것 같아 선뜻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나는 보수는 안정을 중시하여 기존 가치와 제도를 지키려 하는 성향이고 진보는 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가치와 제도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사회 현안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 안보 문제,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강한 힘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의 우방과 힘을 합하여 북한을 압박하여 도발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지금까지의 북한을 대하는 방식이었고 그 기조를 유지하자는 것이 보수의 입장이다.
반면에 진보는 북한를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바꾸자는 것이다.
두 번째 인권에 대한 시각을 살펴보면
사회와 개인이 충돌할 때 사회의 안정을 위하여 개인의 인권은 제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수의 성향이다.
진보는 사회의 존재 이유는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므로 개개인의 자유와 신념을 현재보다 더 중시하고 존중하자는 것이다.
‘성 소수자’, ‘신념에 의한 집총 거부’, ‘어린이, 학생들의 자율성’등에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세 번째 노사 문제
보수는 자본의 가치를 중시하고 기업이 잘 되어야 전체 파이가 커지고 사회가 여유를 갖게 되고 그래야 노동자도 잘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진보는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고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며 경제적 평등이 이루어져야 경제도 활성화된다는 입장이다.
네 번째 복지 문제
보수는 국가와 사회의 안정을 위하여 재정 악화를 초래하거나 기업의 활동 의욕을 꺾는 지나친 복지는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서 진보는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을 위해서는 복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섯 번째 환경 문제
보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에 지나친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에 진보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도 생존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는 어떤가?
안보와 환경 부문에서는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거 같고 인권, 노사 문제는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거 같다. 복지 문제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거 같고.
‘左翼, 右翼’의 ‘翼’은 날개라는 뜻이다. 날개가 있는 생물은 한쪽 날개만으로는 날 수가 없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생각이 공존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틀렸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는 진영 편가르기가 너무 심하다. 그리고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이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술잔을 날리기도 한다. 산에 같이 올라갔다가 따로 내려오기도 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친구와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기도 한다. 명절에 화목하던 집안 분위기가 정치 얘기로 엉망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평소에는 배려와 공감이 넘치던 이들도 정치 얘기가 시작되면 ‘증오’, ‘분노’, ‘복수’, ‘응징’의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정치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이 다른 이들과 정치적 논쟁을 하면 상대를 적으로 대하고 전투 태세를 갖춘다. 상대의 생각에 공감할 자세도 없고 상대의 시선에서 바라볼 마음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논리 싸움에서 이길 수도 없고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
정치 토론을 하지 않는다고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치 평론으로 도배된 매체 속에 살면서 어찌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살 수 있겠나. 누구나 관심을 갖고 선거 때 투표로 의사를 표현하다.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얘기로 가까운 사람들과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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