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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유서

세 물결 2025. 8. 7. 21:10

                                              첫 번째 유서

 

긴 세월을 살았다.

아찔한 순간도 많았고 부끄러운 모습도 많았고 미안한 생각과 행동도 많았다.

그래도 내 삶은 즐거운 소풍이었다.

다시 가라 하면 다시 못 가네.’가 아니라 다시 가라 하면 축제로 소풍으로 즐기리라.’이다.

 

삶을 더 소중하게 챙겼으면 하는 후회를 한다.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를 휘휘 둘러보면서 살았으면 하는 후회를 한다.

좀더 사랑하고 불태우는 날들을 보냈으면 하는 후회를 한다.

인연 맺었던 이들에게 상처보다는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후회를 한다.

그래도 이만하면 웃음띤 얼굴로 세상을 떠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넉넉한 남편이었다고 아내가 기억해 주면 고맙겠다.

그래도 부끄럽지는 않은 아버지였다고 자식들과 그 배우자가 기억해 주면 고맙겠다.

그래도 따뜻한 할아버지로 자식들의 아이들이 기억해 주면 고맙겠다.

 

가볍게 떠났으면 좋겠다.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영혼 없는 몸은 태워서 어느 바다나 산에 뿌렸으면 좋겠다.

혹시 추억하려면 그쪽으로 몸만 돌리면 좋겠다.

 

만약 내게 재산이 남아 있다면 법대로 처리했으면 좋겠다.

여유가 있다면 쬐끔은 어두운 곳에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살아 생전 내가 세상을 위해 베푼 것이 없어서)

 

더 오래 살고 싶은가 보다. ‘첫 번째유서라 하니

 

202587일 박춘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