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으로 가신다
무엇이라도
들고 오신다
잇몸만 남은 입술에
미소가 감도는데
만족함인지 쑥스러움인지
제발
일 그만 하시라고 아들은
역정을 내는데
틈만 나면 밭으로 달아나신다
노인네 일하시는 거
애잔하다 애잔하다
모두들 말을 거든다
놀아주진 않으면서
건성 인사로 지나치면서
대청마루에서
대문 밖 길을 지키신다
하루 종일
지나가는 이들을 머리에
가슴에
기록하신다
저녁이 되면
기록을 펼쳐 놓으신다
해설도 풀어 놓으신다
아들도 며느리도
손주도
읽을 겨를도 마음도 없는데